새 얼굴 찾기. 한·일 남녀 축구의 공통 키워드다. 두 나라는 차기 월드컵을 대비해 주전 선수들의 뒤를 받칠 수 있는 신예들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는 이들을 테스트하기 위한 무대다. 1차전에서 한국과 일본은 희비가 갈렸다. 한국 남녀 대표팀은 나란히 중국을 격파했고, 일본 남녀 대표팀은 연달아 북한에 무너졌다. ‘슈틸리케호’와 ‘윤덕여호’가 ‘사무라이 블루(일본 남자 축구 대표팀 별명)’와 ‘나데시코 재팬(패랭이꽃·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별명)를 제압하고 우승을 향해 순항할까? 2차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윤덕여호 “일본은 지는 해”(4일 오후 7시 20분·이하 한국시간)=일본 여자 축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의 벽에 막혀 아시아 2인자 신세였다. 그러나 2010년 동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하더니 2011 독일 여자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제패했다. 지난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여자 축구를 세계적인 클래스로 끌어올린 장본인은 사사키 노리오 감독이다. 그는 짧은 패스와 섬세한 기술, 조직력으로 나데시코 재팬의 전성기를 열었다.
사사키 감독은 이번 대회에 새 얼굴들을 이끌고 나왔다. 최종 명단 23명 중 캐나다 여자월드컵 당시 주전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평균 나이는 23세밖에 되지 않는다. 사사키 감독은 대회 목표를 우승과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잡았다. 그는 세대교체를 더 미루다가는 일본 여자 축구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대 4로 북한에 덜미를 잡힌 일본은 한국전에 비교적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내보내 벼랑 끝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일본과 북한의 1차전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북한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일본 수비진을 괴롭혔다. 특히 북한 주포 나은심은 후반 체력이 떨어진 일본 선수들을 가지고 놀았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3승8무14패로 열세에 놓여 있다. 하지만 2013년 동아시안컵에서 2대 1로 이기는 등 근래엔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슈틸리케호 “이번엔 일본 잡는다”(5일 오후 7시 20분)=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북한과의 1차전에서 1대 2로 역전패한 바람에 수세에 몰렸다. 그는 지난 6월 약체 싱가포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축구연맹(AFC) 2차 지역예선에서 0대 0으로 비겨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할릴호지치 감독으로서는 한국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할릴호지치 감독도 이번에 유럽파를 제외한 채 J리거들을 데려왔다. J리거들이 향후 월드컵에서 주전인 유럽파의 뒤를 얼마나 잘 받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전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로는 ‘지일파’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우영(비셀 고베), 김민우, 김민혁(이상 사간 도스), 이용재(바렌 나가사키),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 총 5명의 J리거를 이번 대회에 발탁했다. 이들은 일본을 뒤흔들 무기로 꼽힌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승리로 한껏 고무돼 있다. 그는 경기 후 “북한과 일본의 경기를 봤다”며 “우리 선수들이 오늘처럼 하면 일본전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40승22무14패로 앞서 있지만 최근 4경기에선 2무2패로 뒤져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한국 남녀 축구 대표팀 “일본은 없다”
입력 2015-08-03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