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대 총선에 적용할 '룰의 전쟁'에서 기싸움만 벌인 채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정치권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여야간 '빅딜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만 각각 초점을 맞추면서 논의가 쳇바퀴를 돌고 있는 만큼 양측의 주장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절충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실현가능성보다도 여야가 결국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하면 '현상유지' 방식으로 20대 총선을 치르게 되므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선 서로 상대방의 주장과 요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선거구획정 결과 지역구 의원 수가 늘면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현행 의원정수 300명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숫자가 늘 수밖에 없다"거나 또는 "총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등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는 김무성 대표가 앞장선 동시에 "정당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여야 동시 도입'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당 혁신위원회의 의원정수 증대안 제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현행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고 지역구 의원수를 줄여서라도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대신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하나의 공천 방식으로 도입할 수는 있겠으나 각 정당이 실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정당 공천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새누리당에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당의 협상전략이 서로 다른 포인트에 방점을 찍어 '접점 모색'이 힘든 지경에 이르자, 여당이 주장하는 '공천제 개선'과 야당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편'을 각각 주고받는 '빅딜' 방식이 논의의 물꼬를 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사견을 전제로 "결국 선거법 제도 개선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당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야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와 같이해서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빅딜을 하기 위해 빅딜하는 게 아니라 이번 정치개혁의 요체가 결국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하는 문제와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어떻게 타파할거냐이므로 이런 관점을 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를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한 것과 관련, "김 대표의 제안이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를) 함께 묶어 논의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역제안'해 동시 논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당 일각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야당이 주장하는 '독일식 연동형'이 아니라 '일본식 병립형'이라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누고 비례의석을 인구수에 따라 할당한 뒤 권역별 할당 비례의석을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권역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전체 의원수를 결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선발하고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제도 손질 및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도 지역주의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국회의장 산하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에서도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사안을 '빅딜'로 접근하는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아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완전히 다른 두 가지를 묶어서 빅딜하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졸속 개혁'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도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제는 주고받기할 성질이 전혀 아니다"라며 "지금은 정치문화와 선거제도 전반을 발전시켜 달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걸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할 시점이지 특정 제도를 갖고 거래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관계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치체계 전반을 바꾸는 의미가 있는 '준개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제에 국민 경선 개념을 더하려는 것으로 서로 '크기'가 맞지 않는 주제"라며 "지도부가 결정하기 나름이겠지만 두개를 맞바꾸는 식으로 논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與 오픈프라이머리-野 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설 솔솔
입력 2015-08-03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