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이자 통산 7번째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3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파72·6410야드)에서 열린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이글 1개, 보기 2개를 묶어 데일리베스트인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의 성적을 낸 박인비는 전날 공동 선두 고진영(20·넵스)을 3타 차 2위로 밀어내고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 45만 달러(약 5억2000만원).
2008년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2013년에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챔피언십, US오픈을 휩쓸었고 이번에 브리티시오픈 우승컵까지 품에 안으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루이스 서그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크스터(이상 미국·1999년), 카리 웹(호주·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3년)등 6명에 불과했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개 대회 가운데 12승을 기록, 역대 한 시즌 한국 국적 선수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었다.
박인비는 13번 홀(파4)까지 선두 고진영에게 3타 차로 뒤져 우승이 어려운 듯 보였다. 하지만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답게 박인비는 조용히, 그리고 끈기있게 고진영을 따라잡았다. 박인비는 14번 홀(파5)에서 7m 가까운 거리에서 이글 퍼트를 성공해 한꺼번에 두 타를 줄였고 이때 13번 홀에 있던 고진영은 한 타를 잃으면서 순식간에 공동 선두가 됐다. 고진영도 파5 홀인 14번 홀에서 반격을 노렸으나 파에 그쳤고 오히려 박인비가 16번 홀(파4)에서 한 타를 더 줄여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고진영을 압박했다. 고진영으로서는 14,15번홀에서 그린 밖 오르막에서 퍼트로 붙이려다 짧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고진영이 16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고진영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개울로 향하면서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은 확정됐다.
해외 대회 첫 출전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의 꿈을 부풀렸던 고진영은 9언더파 279타로 준우승에 만족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가 나란히 8언더파 280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한국선수들이 1~3위를 독차지했다.
올해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최종합계 4오버파 292타,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는 “평소 꿈꿔왔던 대회를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리가 좋지 않아 프로암대회에도 불참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박인비, 사상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입력 2015-08-03 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