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가려 전세헬기 불렀다”…호주 하원의장 결국 사임

입력 2015-08-02 22:16
약 80㎞의 거리를 전세헬기로 이동했다가 2주 이상 거센 사임 압력을 받아온 브론윈 비숍(72) 호주 하원의장이 결국 자리를 내놨다.

비숍 의장은 2일 성명을 통해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며 사임 결정이 고심 끝에 나온 것으로 “의회 조직과 호주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숍 의장은 소속 자유당 모금행사 참석차 80㎞를 이동하면서 전세헬기를 이용한 사실이 최근 공개되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비숍 의장은 야당 등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채 전세헬기 이용 비용 5227 호주달러(450만원)를 반납하면서 비난이 잦아들기를 기대했지만 유사 사례가 추가로 폭로되면서 갈수록 궁지에 몰렸다.

비숍 의장이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전세헬기 이용에 대한 공식 조사가 진행되고 일부 의원이 불신임 결의를 추진하는 등 그에 대한 사임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이 상황에서 일요판 신문인 선헤럴드가 2일 비숍 의장이 이달 뉴욕에서 예정된 국제 국회의장회의 참석을 취소했다고 보도, 퇴진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고 곧 사임 발표가 나왔다.

2013년 총선 승리 후 비숍 의장을 낙점한 토니 애벗 총리는 의원들에 대한 혜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비숍 의장의 사임 이유가 “시스템의 문제이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1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사임이 이미 늦은 감이 있다면서 “애벗 총리는 비숍 의장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시스템을 탓하고 있지만 그가 특권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 사임의 진짜 이유”라고 지적했다.

비숍 의장은 연방 상원과 하원 의원으로 28년간 재직, 여성으로는 최장수 현역 의원이다. 공영 ABC 방송은 하원의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집권당 의원보다는 야당 의원들을 훨씬 많이 퇴장시키면서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