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미국서 흑인 평등권 요구 40일 대장정

입력 2015-08-02 20:42
“셀마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남부연합기 논란 등으로 인종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셀마 행진’이 50년 만에 재연됐다.

N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1일(현지시간) 셀마 행진의 출발점이었던 앨라배마 주 셀마의 에드먼트 페터스 다리에서 ‘정의를 위한 미국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 행진은 앨라배마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주 등 과거 남북전쟁 당시 노예소유를 주장한 남부 주들을 거쳐 수도 워싱턴DC에 이르는 1385㎞의 여정이다.

NAACP 남서지역 담당자인 퀸시 베이츠는 “우리의 생활과 투표권, 일자리, 학교를 위해 행진한다”며 “진정한 정치적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진하는 동안 이들은 각 지역의 학교와 교회에 들러 교육과 사법 제도, 투표권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연다.

행진의 최종 목적은 2013년 흑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투표권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되돌리는 것이다.

베이츠는 “50년 전 그들은 우리에게 투표권을 줬고, 50년이 지나 우리는 다시 도전받고 있다”며 “이번엔 우리 차례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행진했고,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 3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인권 운동가들은 흑인 참정권 획득을 요구하며 셀마에서 앨라배마 주 행정수도인 몽고메리까지 행진했다. 당시 1차 행진은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피의 일요일’로 불렸다. 이후 2차 행진에서 인권운동가 제임스 리브가 사망하자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3번째 행진에서야 몽고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열린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0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미주리 주 퍼거슨 사건에서 보듯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