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록한 가족에 대한 폭로전과 흠집내기까지 불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 전 부회장은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이 지난 7월 신 회장을 때렸다고 말했다. 한국 재계서열 5위 그룹의 총수가 아버지인 창업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주장이 총수의 형 입에서 나온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신 전 부회장을 선임했다는 내용의 임명장과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했다는 육성 녹음도 신 전 부회장이 폭로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해임하기 위해 고령의 신 총괄회장을 비행기에 태워 일본으로 향하기도 했다.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에 대해 “신동주 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 몫 떼 가려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직무대행이 중립인 것처럼 비쳐지자 “그룹이 위기상황이 되면 덕 볼 사람이 누구겠느냐”고 반문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또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대목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93세의 신 총괄회장이 “총기가 넘치고 건강하다”고 설명해왔다.
이와 관련해 형제가 후계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버지를 끼고 분투를 벌였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형제들이 각각 ‘난(亂)’을 일으켰을 때는 그 이전에 그룹 내 자리에서 밀려나는 절차가 진행됐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기회를 잡은 아들이 승기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일본 롯데그룹 내 주요 임원직에서 모두 해임됐다. 당시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주로 한국에 거주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가 예산을 초과해 일본 롯데에 수억엔 정도의 손해를 끼쳤는데 동생(신 회장)이 아버지에게 왜곡된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신 회장 해임을 시도하기 이전에 아버지를 찾아가 사죄했고, 신 총괄회장과 교감을 나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신 회장이 이끄는 롯데가 중국에서 최근 4년간 1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이 강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온라인 편집=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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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2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