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경영권 다툼 시게미쓰 여사 중재 역할론 대두

입력 2015-08-02 19:02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누군가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그룹 경영권 다툼의 선례에서 보듯 이번 사태가 결국 양측 간 지분 정리를 통한 계열 분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표면화됐을 때만 해도 이번 싸움의 상대방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좁혀졌다. 이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특히 중국 사업 등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 형제 간 다툼에서 출ㅎ발했던 경영권 분쟁은 부자 간의 다툼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난 30일 입국한 신동주·신동빈 친모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중재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족들이 신 전 부회장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양측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형제의 친모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 시게미쓰 여사는 입국 목적에 대해 시아버지인 고(故) 신진수씨의 기일 때문에 방문했다고 답했지만 정작 그 다음날 열린 기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채 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대신 시게미쓰 여사는 방한 기간 내내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 34층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방문 시 머물렀던 곳이긴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장남인 신 전 부회장과 남편인 신 총괄회장과 사태 해결을 위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게미쓰 여사와 그 집안은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모친으로서 뿐만 아니라 주요 주주로서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신 회장이 일본에서의 입국 시점을 3일로 늦춘 것도 모친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계열사 간 그룹의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해 사실상 계열 분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의 경우 계열사 별로 두 형제의 지분이 비슷한 만큼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식’으로 정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전 부회장이 13.46%, 신 회장이 13.45%를 보유 중이다. 또 롯데제과(신 전 부회장 3.95%, 신 회장 5.34%), 롯데칠성(신 전 부회장 2.83%, 신 회장 5.71%) 등도 형제가 모두 지분을 보유 중이다.

계열 분리와 관련해선 갈등이 표면화되기 전 상태인 한국은 신 회장, 일본은 신 전 부회장 구도가 큰 그림으로 그려져야 그룹을 둘러싼 혼란이 덜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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