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의 그리스’로 불리는 푸에르토리코가 1일(현지시간)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돌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빅토르 수아레즈 주지사 수석보좌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푸에르토리코는 더 이상 채무를 상환할 돈이 없다”며 1일까지 상환해야 하는 5800만 달러(약 679억8760만원) 규모의 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행동이 취해지지 않는 한 11월이면 정부의 유동성이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한 뒤 “푸에르토리코는 채권단과 채무협상을 새로 시작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푸에르토리코가 갚아야 할 빚은 총 720억 달러(약 84조398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는 지난달 29일 “10년 가까이 경기 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푸에르토리코는 공적 채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푸에르토리코의 상황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로 회생 기회를 얻은 그리스보다 더 위험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정부가 채무협상에 적극 개입해줄 것을 촉구해왔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이날 푸에르토리코를 처음 방문해 디폴트에 처한 푸에르토리코를 위해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현재 푸에르토리코의 국민들은 월스트리트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 파산 보호대책 등 모든 면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푸에르토리코는 앞으로 미국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푸에르토리코 방문은 라틴계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푸에르토리코 디폴트 선언…미국 정치권 무관심 속에 오말리 전 주지사만 협력 강조
입력 2015-08-02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