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사실상 정년 연장 효과 없어

입력 2015-08-02 16:37
정부가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를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 계획이 노조의 강한 반발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316곳의 절반 이상(56%)은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보장돼 있어 정년 연장 효과도 없이 임금만 줄이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년 연장을 추진하면서 세밀하고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정부 정책 탓이 크다는 것이다.

2일 고용노동부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316개 공공기관 중 정년이 60세 미만인 기관은 140곳이다. 법정 정년은 내년부터 60세로 상향되지만, 공공기관 중 176곳은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다.

현재 정년이 61세(직급·직종에 따라 다름)인 정부출연연구기관들(51곳)이 대표적 예다. 이들은 외환위기(IMF) 전 65세였던 정년이 한차례 61세로 낮춰진 상태다.

고용부 산하기관의 경우 정년 연장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자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정년 60세가 일찍 도입된 경우가 많다. 가장 인원이 많은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이미 2013년 임금단체협약에서 정년 60세를 도입했고, 한국폴리텍대학은 정년 60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년 65세를 기준으로 임금피크제까지 도입해 실시 중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에서 기존에 정년이 60세 이상인 기관도 예외는 없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산하 유관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장서달라고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혜택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받던 임금을 줄이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임금피크제를 더 강화해야하는 협상을 쉽게 받을 노조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에서조차 임금피크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년 연장’이라는 큰 정책조차 장기적이고 단계적 계획 없이 급하게 추진된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미 60세 이상 정년인 기관에서 임금피크제는 단순 임금 삭감이 아니라 세대간 차별 등까지 얽혀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애초 노사협상 자율 사항으로 해놓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제와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일반 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과 복지면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공공기관이 정년연장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비해 일찍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고도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의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정부 시책에 충실히 따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