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즘 창시자 김흥수 화백 1주기전

입력 2015-08-02 15:28
'망부가, 1992년작,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재료, 116x189cm

김흥수(1919-2014)의 작품 세계는 구상과 추상의 이질적인 요소 간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으로 통한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17세의 나이로 제16회 조선미전전람회에 입선해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1955년 프랑스 유학을 통해 야수파, 입체파 등을 섭렵하며 다채로운 색채의 쓰임을 터득한다. 1967년부터 12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교직과 창작활동을 병행했던 그는 귀국할 무렵인 1977년 하모니즘을 선언하며 예술가로서의 전환점을 맞는다. 하모니즘은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이 모태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할 때 화면이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미술관을 담고 있다. 즉 화면에 대상은 객관적으로 재현하고, 정신은 추상으로써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작고 1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작품 70여점이 공개된다. 모자이크를 연상케 하는 콜라주풍의 유화작업을 선보인 60년대, 하모니즘을 보여준 70∼80년대, 간결하고 명쾌한 선으로 그려낸 인체소묘가 많이 등장하는 90∼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끊임없이 변모해온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그 당시 추상회화의 출현 그 자체는 나의 흥미를 끄는 초점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새로운 양식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비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전에 남긴 이 말은 그가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는 생전에 43세의 나이차를 극복한 사제지간의 사랑과 결혼으로 작품 외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30년 세월을 함께 한 아내는 1년 6개월 먼저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8월 31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