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국민사자로 불린 ‘세실’이 미국인 치과의사의 손에 무참히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전 세계가 야만적인 야생동물 사냥에 공분하고 있다. 특히 세실이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되면서 과시용 박제 기념품을 남기려는 일명 ‘트로피 사냥’ 행태에도 경종을 울리는 상징이 되고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지만, 세실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 셈이 됐다.
30일(현지시간) 네셔널지오그래픽닷컴 등에 따르면 세실은 짐바브웨의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사자였다. 그는 짐바브웨에서 가장 큰 황게국립공원의 마스코트로 검은 갈기가 인상 깊은 13살짜리 수사자였다. 6마리의 암사자와 24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라이언 킹’이었다.
세실은 짐바브웨 국민은 물론 사파리투어를 나온 전 세계 관광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사자로서는 드물게 인간과의 교감을 좋아한 세실을 보고자 한해 수만 명의 관광객이 황게국립공원에 모여 들었다.
그러나 야생동물 사냥이 취미인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는 중개인들에게 5만 달러(약 5800만원)의 뇌물을 주고 미끼로 꾀어 그를 공원 밖으로 유인해 석궁과 총을 이용해 세실을 사냥했다. 세실의 사체는 가죽이 벗겨지고 참수된 채 발견됐다.
세계 각국은 잔인하게 최후를 맞은 세실의 죽음을 기억하기로 했다. 유엔 총회는 지난달 30일 독일, 가봉 등 70여 개국이 공동 발의한 ‘야생 동·식물의 불법 밀거래 차단 결의안’을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 연방 정부기관인 야생동물보호청(USFWS)은 세실을 살해한 파머를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자는 죽어 이름을 남겼다"…살해된 ‘국민사자’ 세실은 누구?
입력 2015-08-02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