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 정수 유지 전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불씨 살리기” 안간힘

입력 2015-08-02 10:12

새정치민주연합이 비판적 여론과 여당의 반대라는 '이중의 벽'에 부딪힌 국회의원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주의 해소를 내세워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었지만 '스텝'이 꼬이면서 관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엇박자는 지난달 26일 당 혁신위원회의 5차 혁신안 발표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혁신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증대 논의를 제안했는데, 정수 부분이 부각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묻혀 버렸다.

이런 와중에 이종걸 원내대표의 의원 정수 390명 확대 발언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돼 '권역별 비례대표 = 의원 정수 증가'라는 '오해'가 굳어지면서 야당이 '밥그릇 늘리기'에만 몰두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초래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선거구 획정기준 마련 시한인 오는 13일까지 정개특위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문제를 매듭짓자는 생각이지만 부정적으로 돌아선 여론과 제도도입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여당의 마음을 움직일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뒤늦게 혁신안의 초점이 의원정수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있다며 성난 여론을 달래고, 지역주의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여당의 수용을 압박하고 있지만 '뒷심'이 딸리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현행 의원정수 유지를 전제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다루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여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증원에 반대한다면 정수 300명을 그대로 둔 채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지역구를 줄이는 데도 부정적이라면 지역구 246명을 유지하고, 비례대표 54명에 대해서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자"며 논의에 응할 것을 새누리당에 촉구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혁신위원회도 뒤늦게 태도를 바꿔 팔을 걷고 나섰다.

혁신위는 당초 예정일보다 앞당겨 3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한국정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혁신위 임미애 대변인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당내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빨리 당의 입장을 정하길 기대한다"며 "정치권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개특위에서 선거구획정기준을 마련키로 한 기한이 열하루 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고해 사실상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기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뾰족한 반전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