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분위기 롯데, 마음 못 잡는 롯데 직원들

입력 2015-07-31 21:22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크게 흔들리며 그룹과 계열사 직원들도 덩달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경영권 관련 소식이 난무하면서 직원들이 좀처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특히 경영권 관련 2세들의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의 여러 사업 프로젝트들이 차질을 빚는 것을 물론 장기적인 그룹 성장동력마저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영권 싸움 추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한 계열사 직원은 “요즘 직원들이 만나기만 하면 그룹의 경영권 다툼 관련 이야기만 한다”면서 “최근 그룹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재계 서열 5위로서 위치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해 연간 투자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통큰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 2월에 KT렌탈을 인수하는 데 1조200억원을 투입했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8개 권역에 6조원이 넘는 베팅을 해 입찰 참여 기업 중 가장 많은 4개 권역의 사업권을 가져갔다. 5월에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더 뉴욕 팰리스호텔을 8억500만 달러(약 9500억원)에 인수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자 한·일 롯데간 사업 공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껏 무르익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롯데그룹은 내부부터 흔들리고 있다. 벌써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영권 다툼 상황별 승패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전망이 나돌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갖가지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SNS를 통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다 보니 분위기가 오히려 더 뒤숭숭하다”며 “좀처럼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혼란을 우려한 신 회장은 지난 29일 신 회장은 29일 일본롯데홀딩스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롯데가 오랫동안 지켜온 기업가치가 단순히 개인의 가족 문제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부디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는 시점까지 롯데그룹 내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평상시처럼 업무에 임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내부 동요를 100% 막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최대한 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