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일본 롯데 경영을 본격화… 실적으로 경영권 승부 방침

입력 2015-07-31 21:22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을 본격화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신 회장은 지난 27~28일 1차 형제의 난 이후에도 계속 일본에 머무르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사업 현황과 향후 주요 사업계획을 보고받았으며, 투자와 매출 향상 계획 마련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인 만큼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의 실적 향상과 사업 확대를 통해 일본 내 주주의 지지와 경영권 승계 명분을 동시에 얻겠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또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과 접촉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결국 실적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신 회장이 한국 롯데의 매출을 성장시킨 것과 같이 일본 롯데도 성장할 수 있는 비전과 프로젝트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1월 신동주(61) 전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이끌어 왔다. 신 회장의 일본 활동은 쓰쿠다 사장 체제 하에서 약 6개월간 진행된 각종 사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업계획을 정비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롯데를 장악한 실권자로서 단기간에 여러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향후 열릴 주주총회 등에서 신 회장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능력 있는 후계자’라는 명분 쌓기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지난 1월 사업 악화 문제로 경영에서 배제된 것을 감안하면, 일본롯데 실적이야말로 신 회장의 경영권 세습에 정당성을 실어줄 수 있는 주요 고려사항”이라며 “신 회장이 귀국해 신 총괄회장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일본에 머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에서는 신 회장이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귀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회장 반대편에 선 가족들은 신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뭉쳐 명분싸움에 주력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함께 27일 일본 롯데홀딩스를 찾았던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은 이사 해임 시도가 실패하자 28일 오후 곧바로 신 총괄회장과 함께 귀국했다. 신 총괄회장은 귀국 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에서 머물며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며, 신 회장 측 인사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여섯째 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에 도착해 ‘신 총괄회장의 경영 판단은 정상적이며 건강도 괜찮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31일 ‘롯데의 중국사업 1조원 적자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격노설’을 부인했다. 이 사장은 “롯데백화점은 중국 진출 첫해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적자가 1600억원 수준”이라며 “신 총괄회장이 중국 사업에 대해 우려해 지난 7일 직접 찾아가 보고 드렸으며, 그 자리에는 신 회장도 배석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7월 초 중국 사업 적자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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