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이스라엘인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방화로 집에서 잠을 자던 생후 18개월 된 팔레스타인 아기가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발생했다.
31일(현지시간) 오전 4시쯤 요르단강 서안 북부 나블루스 인근의 두마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가족이 사는 집에 방화로 인한 불이 나 ‘알리 다와브샤’란 이름의 아기가 숨졌다고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 등이 전했다.
부모와 4살 된 아들 1명 등 3명은 심한 화상과 연기 호흡으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기의 아버지는 불이 나자 아내와 자녀 1명을 간신히 구해냈으나 그 아기는 구하지 못했다.
이번 불은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사는 극우 성향 이스라엘인이 화염병 또는 화염 폭탄을 던지면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범인들의 방화로 이 마을 두 집에서 불이 났는데 다른 한 집 내부에는 화재 당시 아무도 없었다.
복수의 팔레스타인 치안관계자는 정착촌 주민 4명이 팔레스타인 마을 입구에 있던 집의 창문을 깨고나서 그 안에 화염 폭탄을 던졌고 벽에 낙서를 휘갈긴 뒤 도주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집 인근에서 ‘복수’ ‘메시아여 영원하여라’ ‘프라이스 태그’라는 뜻의 히브리어 낙서가 발견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끔찍한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며 “누가 범행을 저질렀든 간에 테러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격분했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방화와 팔레스타인 아기의 피살은 테러리즘 행위”라면서 “테러리스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숨을 빼앗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와 이스라엘군, 경찰이 수사에 나서 범인을 잡을 때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한 고위 간부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잔혹한 아기 암살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있다”며 “그 정부가 정착촌 주민의 테러리즘에 면책을 부여해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에서는 지난해 7월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이 16세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한 뒤 인근 숲에서 산 채로 불에 태워 살해한 일도 있었다.
배병우 선임 기자 bwbae@kmib.co.kr
극우 이스라엘인 방화에 팔레스타인 18개월 아기 숨져
입력 2015-07-31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