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웅인이 SBS 새 수목드라마 ‘용팔이’ 제작발표회 현장을 ‘하드 캐리(혼자서 게임 전체를 이끄는 플레이어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했다.
정웅인은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SBS 새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제작발표회에서 촬영 현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정웅인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최악’. 촬영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스태프들은 취침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현장에 가게 되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는 것이었다. 그는 “벌써 생방송 촬영이 되는 것 같다”며 “드라마 초반에는 3~4회차 정도를 미리 찍고 준비한다. 지금 총 4부를 계속 촬영 중이다”라고 전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배우가 ‘최악’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회장은 다소 술렁였다. 그러나 그는 “상당히 최악(의 상황)이지만 화면을 보시면 아실 것이다”라며 “질적으로, 비주얼적으로, 드라마적으로 퀄리티가 좋은 드라마를 뽑아내기 위해서 불철주야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을 이었다. 비록 배우와 스태프들의 심신을 고단하게 하는 제작 환경 속에서 촬영을 하고 있지만,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또 그는 시청률에 대한 자신감 역시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웅인은 ‘용팔이’의 목표 시청률을 18%로 잡았다. 이날 인기리에 종영한 ‘가면’의 시청률이 ‘용팔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취재진의 시청률 공약 요청이 있었다. 배우들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때 정웅인의 기지가 빛났다. “공약적인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시청률 18%가 넘으면 제가 뭘 했으면 좋겠나”라고 되물은 것이다. 그는 “일단 시청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기를 그만 두고 의사에 도전해 볼까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과 소풍을 같이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정웅인은 “도시락은 제가 준비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채정안, 주원, 김태희, 스테파니리에게도 맥주, 치킨, 보드카 등의 임무를 맡겼다. 특히 김태희에게는 “18% 넘으면 우리 지훈씨(비) 같이 오기로 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처럼 제작발표회 분위기를 주도했던 정웅인이었지만, 날카로운 질문에는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최근작이 대부분 섬뜩한 눈빛의 악역이었는데 ‘용팔이’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를 맡게된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배우로서 캐릭터 변신은 숙명적이다”라며 “여태 보여 줬던 악마적 모습은 조현재가 맡을 것이고, 제가‘용팔이’에서 맡은 역할 만큼은 정웅인이 다변화된 인물로서 잘 하고 있음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유행했던 “죽일 거다”라는 대사를 언급했다. “의사 역할인 만큼 죽이지만은 않고 살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엔 ‘살릴 거다’ 같은 희망적인 유행어를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작발표회장에서 보여 준 19년차 베테랑 배우 정웅인의 ‘하드 캐리’가 ‘용팔이’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용팔이’ 시청률 공약부터 ‘최악’ 증언까지…정웅인의 하드 캐리
입력 2015-07-31 19:06 수정 2015-07-31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