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속속 얼굴 드러내는 ‘형제의 난’ 조연들

입력 2015-07-31 17:09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롯데그룹 ‘왕자의 난’의 조연들이 속속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신동주 쿠데타’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신선호(82)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신 사장은 고(故) 신진수씨의 4남으로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섯째 동생이다. 그는 친형제인 신춘호(85) 농심 회장과 신준호(74) 푸르밀 회장 등과 달리 형인 신 총괄회장과 법정싸움을 하지 않은 유일한 동생이다. 그만큼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전언이다. 따라서 그의 역할이 조카인 동주·동빈 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은 두 조카 중 신동주 전 부회장을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31일 “신 사장의 ‘쿠데타 배후설’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장남의 경우 측근이 거의 없고, 신영자 이사장이 있는 롯데삼동복지재단도 이미 차남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일정을 짜고 실행을 한 배후가 있다면 신 사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와 간접적으로 소송에 얽힌 적이 있다. 장녀인 신유나씨의 남편인 맏사위 이호진(53)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07년 “우리홈쇼핑 최대주주를 롯데쇼핑으로 변경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태광은 우리홈쇼핑 지분 45.04%를 확보한 2대 주주로서 롯데와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셨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조카 신동빈 회장에게 밀린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사장이 롯데그룹과 관련된 지분이 전혀 없지만 장남의 편을 들어 신 총괄회장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명의 조연은 신동인(69)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이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사촌인 故신병호 전 롯데칠성음료 고문의 장남이다. 1968년 롯데제과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롯데호텔 사장까지 올랐지만, 2002년 대선을 전후해 불법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해 롯데그룹이 정책본부를 신설하고 신동빈 본부장 체제를 갖추면서 그는 물러났다. 그후 10년 동안 롯데자이언츠 일만 하고 있다. 신 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순식간에 밀려나게 됐고, 이번에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게 됐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왕자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 편에 있는 측근으로 신 회장과 함께 일본롯데를 이끌고 있다. 지난 27일 해임됐다가 하루 만에 복귀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직접 쓰쿠다 사장을 지목해 해임했지만 잠시 후 그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판단이 흐려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롯데 "신격호 처가, 일본 외상과 무관" 공식 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