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논쟁 재탕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입력 2015-07-31 17:25
새정치민주연합이 연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지만 여당의 거부에 ‘쳇바퀴 논쟁’만 이어지고 있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서라도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고육지책’도 나오지만 새누리당의 반발을 뚫지 못하는 모습이다. 10년 전인 2005년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벌였던 공방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재탕 논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치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개혁과제가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타파하는 것이다. 그 방안이 바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며 “영남에서도 호남에서도 경쟁하는 정치가 이루어져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모두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의 망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방안”이라며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지역주의정치의 기득권을 계속 누리려는 기득권 지키기에 지나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내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대전제는 ‘지역구도 완화’와 ‘사표방지’다.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도에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일부 추가한 선거제도로는 ‘승자독식’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정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역구 의석을 줄여서라도 비례대표를 늘리자(김태년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의석 과반을 점한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또 다른 지역 구도를 몰고 가는 측면이 강하다”며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여야 논쟁은 정확히 10년 전 논쟁과 일치한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현 새정치연합)은 ‘지역주의 극복’을 명분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의 '텃밭'을 헤집어 놓겠다는 정략적 배경이 깔려있다”고 반발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현재 의석수와 비례대표 수를 고정해놓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라도 시도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의원정수 아래에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영남에서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1~2명씩은 당선시킬 수 있다”며 “최소한이지만 지역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