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가 2년 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011년 미국 정보 당국이 오마르가 파키스탄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자체 확보한 미국정부 외교문서를 근거로 2011년 1월 당시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이 정보를 제시하며 다그쳤다고 보도했다.
파네타 국장은 심지어 오마르가 치료받는 곳이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 위치한 아가 칸 대학병원이라는 것도 꼭 집었다. 아프가니스탄 국가보안국은 29일 오마르가 2013년 4월 카라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들의 대화는 자르다리 대통령이 2010년 12월 사망한 리처드 홀부룩 당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의 영결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뤄졌다.
전직 미국 및 파키스탄 관리들은 파네타 국장이 자르다리 대통령에게 정보를 ‘공개’한 것은 파키스탄 정부가 오마르를 체포하도록 재촉하기 위한 것 뿐 아니라 오마르가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허락 하에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음을 CIA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WP가 확보한 또 다른 외교 문서에 따르면 2011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부통령도 유스프 라자 질라니 당시 파키스탄 총리에게 파키스탄이 ‘물라 오마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기 전까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관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오마르가 심각한 병으로 파키스탄에서 치료받고 있는 듯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에도 파키스탄 정부와 협력해서든, 자체적으로든 본격적인 오마르 체포 작전을 수행한 적은 없다고 WP는 전했다. 이는 당시 CIA의 최우선 목표가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소재지를 확인하는 데 있었던 것과도 연관이 있다.
아울러 ISI와 탈레반 간의 ‘유착관계’를 미국도 알카에다 소탕이라는 최우선 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 묵인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ISI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구 소련군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벌이는 탈레반들에게 미국의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소한 9개월 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부가 오마르의 사망 사실을 알았고,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31일 보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미국, 2011년 오마르 파키스탄 병원 입원 알았다"
입력 2015-07-31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