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의 두 주인공 만나다...김무성,반기문 ‘정치’는 없었다

입력 2015-07-31 15:16
국민일보DB

‘대망론의 주인공’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제무대’에서 얼굴을 맞댔다. 정당외교를 위해 방미 중인 김 대표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을 예방한 것이다. 이 자리에선 차기 대권주자로 오르내리는 두 사람이 ‘국내 정치’에 대해 단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세계 최고위 외교관’ 신분인 유엔 사무총장과 집권여당 수장이라는 각자의 ‘본분’에 충실한 발언만 오갔다.

◇‘朴대통령 글로벌 리더십’ 호평한 반기문=김 대표는 30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부터 45분간 수행의원단과 함께 반 총장을 접견실에서 만났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을 두 차례 직접 언급하면서 그의 리더십을 호평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해 재정 분야 회의를 주재하고 녹색기후기금(GCF)에 1억 달러를 기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초기 자본금 100억 달러 모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지난 5월 방한 당시 박 대통령이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분단 70주년이자 유엔 창설 70주년이 되는 올해에 한반도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도 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도록 노력해달라고 했고, 반 총장은 “신경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무성 정당외교’ 놓고 상반된 평가=반 사무총장 예방을 끝으로 주요 일정이 마무리된 김 대표의 정당외교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김 대표 측근들은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아베 담화'에 사과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압박한 것도 시기적절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최소한 한국 요구를 미 정부가 일본에 전달하는 계기를 김 대표가 마련했다”고 했다. 미 의회 주요 인사들과 만나면서 의회 교류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는 발언으로 대표되는 김 대표의 ‘직설화법’은 ‘외교적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전용사들뿐 아니라 ‘낙동강 전투의 영웅’으로 불리는 월튼 워커 장군의 묘에 큰절을 올린 데 대해선 ‘저자세 외교’라거나 ‘총선용 보수층 다지기’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보좌파의 준동”이라는 강한 표현을 쓰면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도와달라고 한 대목도 진보진영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존 케리 국무장관, 조 바이든 부통령,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핵심 인사들과의 회동이 불발된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김무성 “아직 대권주자 자격 없다”=김 대표는 뉴욕의 한 식당에서 가진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보수 우파가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며 “보수우파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대권행보에는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대권에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대권주자의 자격이 없다”며 “대권이라는 것은 그 시점에 국민의 소망에 맞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방미를 ‘대권 행보를 위한 계산된 퍼포먼스’로 보는 시각을 일축한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만난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도 김 대표의 대권 행보에 주목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당이나 회의의 대표자를 의미하는 ‘체어맨(Chairman)’이라 불리며 “잘 되길 바란다”는 식의 우회적인 관심 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