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난민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해 구설에 올랐다.
베트남을 방문한 캐머런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자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난민 문제에 대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왜냐하면 ‘난민 떼(a swarm of people)’가 더 나은 삶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 영국으로 오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영국에는 일자리가 있고 경제가 성장하며 아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어서 난민들이 오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흔히 곤충 무리를 표현할 때 쓰는 ‘swarm(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해리엇 하먼 대표 대행은 “총리가 곤충이 아니라 사람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난민 구호단체인 ‘난민 위원회(Refugee Council)’도 “세계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말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엄격한 이민자 통제를 주장하는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마저 “나는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8~29일 영국을 건너가기 위해 난민 2000여명이 프랑스 북동부 칼레에서 영불 해저터널인 유로터널로 진입을 시도했고 그 중 일부는 영국 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그 숫자를 밝히진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정부는 난민들이 영국을 피난처로 생각하지 않도록 불법 난민을 더 많이 강제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칼레 난민 사태 이후 유로터널 안전을 위해 700만 파운드(약 127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미 470만 파운드를 들여 유로터널 터미널 주변에 장벽을 쌓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제이주 및 개발 담당 특사인 피터 서덜랜드는 최근 칼레 난민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반응에 대해 “외국인을 혐오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칼레에 머물면서 영국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수단, 아프가니스탄 등지 출신이 대부분이다. 6∼7월 두 달간 난민 9명이 유로터널을 이용해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캐머런 “난민 떼 때문에…” 발언 구설…야당 “떼는 곤충이나 샐 때 쓰는 말”
입력 2015-07-30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