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외에 한국 롯데그룹의 몇몇 임원에 대해서도 해임을 지시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해임 지시서 존재 여부와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달 중순쯤 한국 롯데의 임원 3∼4명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임 지시서 작성에는 27일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해임지시서를 받은 임원이 없어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원이 해임지시서를 받은 경우 당연히 그룹에 보고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계열사 임원들에게 해임지시서 수령 여부를 확인해 봤지만 뚜렷한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이용해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친인척들이 한일 양국 롯데 핵심인물에 대한 전방위적인 해임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심으로 경영권 세습이 굳어지자, 아버지를 앞세운 임원 해임을 통해 경영권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이 자신이 해임되는데 영향을 미친 임원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곡해된 정보를 아버지에게 전해 (내가) 영구 추방에 가까운 상태에 처하게 됐다”며 억울해 했다. 일본 롯데 임원들이 신 회장 쪽에 서게 된 것은 쓰쿠다 사장이 뽑은 임원들로 임원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내 이사로 올라 있는 임원들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내 이사가 아닌 임원들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도 해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이 서명한 해임 지시서가 실제 한국 롯데에 전달될 경우에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신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가 기틀이 잡힌 한국 롯데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추진한 임원 해임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해임 지시서의 효력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를 떠나 신 총괄회장이 이성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면 정상적 인사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 총괄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해임하는 과정이 비정상적이어서 일각에서는 고령에 의한 건강의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이날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우신 총괄회장님’ 이라는 표현을 넣어 신 총괄회장의 건강 및 인지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을 공식화 했다.
신 총괄회장은 28일 귀국 후에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에서 머물며 장남과 장녀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에서 한바탕 소동을 겪고 한국에 돌아온 직후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의사의 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입국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씨 역시 이 소식을 듣고 친척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신격호, 한국 롯데 일부 임원들에게도 해임지시… 효력성 두고 논란
입력 2015-07-30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