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왕자의 난] 그룹 승계 과정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15-07-30 21:0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굳어가던 롯데그룹 승계 과정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30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룹에서 ‘추방’된 것은 신 회장과 신 회장 측 임원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경영 성과에 의한 결과’라며 맞서고 있다.

롯데그룹 후계구도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였다. 신 전 부회장은 당시 임시이사회에서 일본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롯데 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때만 해도 신 전 부회장이 일부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뿐 후계구도와 연관짓는 것은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일본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한국 호텔롯데 지분을 가진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도 물러나면서 한·일 롯데 주도권은 신 회장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롯데건설, 롯데리아 등 국내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차례로 물러난 신 전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지난 15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원(One) 롯데’ 계승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언론에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은) 아버지가 결정한 것이라 잘 모른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롯데그룹 관계자들 역시 “경영 실적이 말해주지 않느냐”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독자적 판단이라고 말해왔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이를 정면 반박했다. 경영권 상실 과정에서 신 회장 측의 의도적인 흠집내기와 일본 롯데 내부 장악 과정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곡해된 정보를 아버지에게 전해 (내가) 영구 추방에 가까운 상태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진했던 투자가 수억엔의 손해를 입었지만 신 회장 등이 이를 왜곡해 신 총괄회장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 롯데 임원이 쓰쿠다 사장을 비롯한 신 회장쪽 사람들로 물갈이 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신 전 부회장은 임원들이 신 회장 편을 든 것과 관련해 “예전부터 있던 창립 멤버 임원이 전부 쫓겨났고, 쓰쿠다 사장이 뽑은 사람들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생각이 바뀌게 된 배경으로 쓰쿠다 사장이 회사에 공로가 있는 임원 9명을 최근 1년 사이 해임시킨 것을 알고 격노했다는 사실을 들기도 했다. 신 전 회장은 롯데제과 지분 인수 경쟁에 대해서도 “그것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였고 신 회장에 대항해 주식 보유율을 높인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의문점도 적지 않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일본 롯데를 총괄했던 신 전 부회장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쓰쿠다 사장 등의 ‘전횡’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한·일 롯데그룹 간의 규모 차이 등 경영 지표도 무시하기 힘들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아버지의 뜻이 자신에게 있다’며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해석도 많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