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경(59)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야학(夜學)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김 원장은 지난 5월부터 KDI 박사들을 대상으로 격주 수요일마다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 역사에 대한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요즘 KDI 직원들이 한국 개발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 직접 이 강의를 기획했다고 한다.
국책연구기관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 강좌를 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KDI 관계자는 30일 “김 원장이 직접 강좌 프로그램 계획을 짜고 자료를 만들 정도로 강의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 시절부터 매일 오전 4시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김 원장은 25년 동안 KDI에 몸담은 ‘정통 KDI맨’으로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상공부 장관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정렴(91)씨이기도 하다.
그는 강의를 통해 새마을 운동을 비롯해 산림녹화 사업,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의 주요 개발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주요 수강 대상은 강좌 내용과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경제정보센터와 국제개발협력센터 직원들이다.
2개월이 지난 지금 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의 개발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출석체크까지 하며 일과 후까지 가욋일을 강요한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 KDI의 한 박사는 “원장이 열정이 있는 것은 좋지만 퇴근 시간 이후에도 잡아두는 것은 70년대식”이라고 말했다. 8회까지 강좌가 진행됐는데,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참석률이 떨어지고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관가뒷담] 야학 선생님으로 변신한 김준경 KDI 원장
입력 2015-07-30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