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관리 못했다” 박기춘 신종 유체이탈화법 등장

입력 2015-07-30 17:48
사진=국민일보 DB

본인 관리를 엄격히 하지 못했다는 박기춘 의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 곳곳에선 “뇌물수수 혐의를 시인 한 듯 안 한 듯 아리송하다”며 “신종 유체이탈화법 등장”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지난 29일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서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들어가기 직전 박 의원은 취재진에게 “본인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못했다”며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마치 남의 말을 하는 듯 한 발언이라며 또 다른 유체이탈화법이라고 지적했다. 유체이탈화법은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빠져나온 상태에서 나온 말을 뜻한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의 탓만 하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때 주로 사용된다.

메르스 정국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유체이탈화법으로 지적받았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과 발언도 시인 한 듯 안 한 듯 했다는 이유로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는 박 의원의 검찰 출두 발언이 같은 이유로 비난 대상이 됐다. 통상적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발언한 반면 박 의원의 말은 누가 어떻게 관리를 못했다고 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아 혐의를 인정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니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날이 더운 지 여기저기 유체이탈이네”라며 “이것도 신종유체이탈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네티즌도 “혐의를 인정한 듯 안 한 듯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밤샘 조사가 끝난 뒤 박 의원은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을 다 조사했다”고 말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더니 이제와 ‘의혹’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조사에서 박 의원은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 없는 단순한 정치자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돈을 받았지만 대가가 없다는 것은 애를 낳았다는데 아빠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꼰 네티즌도 있었다.

한편 박 의원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현금과 고가 시계 7점, 명품가방 2점, 안마의자 등 2억원 안팎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초 경기도의회 의원 출신의 측근인 정모씨(50)를 통해 김씨에게 금품을 돌려주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