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담화를 발표한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축소·왜곡하려는 집권 자민당에 대해 “왜 ‘죄송합니다’라고 못 하냐”며 거침없이 질타했다.
고노 전 장관은 29일 나고야에서 열린 강연에서 “군 위안부가 된 여성은 대체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감언 등에 속아서 끌려 왔다”며 “위안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루에 몇 명씩이나 상대해야 했으며 거부도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고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이 30일 보도했다.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자신의 발언을 문제삼은 자민당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강제성의 정의가 아니라 여성들에게 심한 짓을 하고 말았다는 인권문제다.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사죄하며 가능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든지 ‘대단한 일이 아니다’는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일본의 긍지는 점점 깎이고 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정권이 집단 자위권 법안을 홍보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지만 이를 패러디하며 정권을 비판하는 영상이 더 인기를 끌며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있다.
자민당은 법안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알려줘! 수염대장’을 만들어 이달 2일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은 ‘아카리 짱’이란 여성이 지하철에서 만난 ‘수염대장’에게 “일본은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거예요?”와 같은 법안에 대한 질문을 하면 수염대장이 자민당의 입장을 담아 해설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수염대장은 실제로 자위대 장교 출신이자 콧수염을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사토 마사히사 의원(참의원)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영상이 올라온 지 1주일 뒤 유튜브에는 ‘수염대장에게 가르쳐줬다’는 제목의 새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너희는 전쟁에 참가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잖아. 네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니?”라며 거침없이 반박했다. 또 법안에 대한 위헌 논란을 언급하며 “진짜 큰일이야, 이 시대에 입헌주의를 부정하다니. 독재국가 같아”라고 꼬집었다.
30일 오후 이 영상의 조회수는 81만6000여회로 당초 자민당이 올린 홍보 영상(45만3300여회)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실 인정하고 마음으로 사죄” 고노 발언과 패러디 영상 인기
입력 2015-07-3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