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예장합동 총회-총신대, 재단이사 보선 놓고 갈등 재점화

입력 2015-07-30 17:50

정년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길자연 전 총신대 총장의 사퇴와 김영우 신임 총장 선임, 재단이사 보선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총신대 사태가 다시 꼬이고 있다. 총신대 재단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일 총신대 양지캠퍼스에서 열린 전국기독학생면려회(SCE) 개회예배에서는 당초 설교를 하기로 했던 백남선 예장합동 총회장의 고사로 김창수 총무가 대신 설교를 했다. 김영우 총신대 총장은 예정대로 격려사를 했지만 총회장과 총장이 한자리에 섬으로써 화해와 협력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했던 이들에겐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발단은 28일 열린 총신대 운영이사회였다. 이날 9명의 신임 재단이사를 보선했는데, 백 총회장은 재단이사 후보 발표와 동시에 자리를 떠났다. 지난 24일 총회결의시행위원회(위원장 김진웅 목사)가 총신대 측에 추천한 9명의 재단이사 후보 가운데 최종 후보에 포함된 사람이 2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백 총회장은 29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좋은 마음으로 화합하고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분들로 재단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고심 끝에 정치적 결단을 내렸는데 상황이 어렵게 됐다”며 “합의정신이 파기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제99회 총회 결의에 따라 사임하기로 했던 재단이사들 가운데 다시 보선된 이들도 있다”며 “교육부가 총신대의 재단이사 선임 건 추인을 보류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 선임 및 개선, 정관 개정 등에 관하여 총회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로 한다’는 예장합동 총회와 총신대의 합의 내용을 총신대 측이 어겼기 때문에 더 이상 협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총신대는 개방이사 선임, 이사회 정관 개정, 교육부 승인 등의 절차를 앞두고 있어 총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반면 김 총장은 “합의정신을 깨트릴 마음도 없고 깨트릴 만한 일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합의서의 세 번째 항목을 언급하며 “운영이사회 관련 사항에는 일절 관여한 바 없다”면서 “재단이사 후보 선정은 재단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절차에 따라 진행됐기 때문에 총회 측 추천 인사가 원하는 만큼 선정되지 않았다고 합의정신 파기를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보선된 재단이사들은 사립학교법 상 일반이사에 해당한다. 법에 따르면 개방이사가 선임된 이후 교육부의 취임 승인을 받아야만 보선된 일반이사들도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개방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위원장 허활민 목사)는 지난 27일 조직만 됐을 뿐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총회와 총신대의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 추천위의 정상 가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회와 총신대 간 갈등이 깊어지면 총신대 정상화 및 안정화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총신대에 대한 교육부의 낮은 평가가 바뀔 여지도 줄어들게 된다. 교육부의 낮은 평가는 당장 정원·재정 감축, 학교 이미지 실추,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손실로 다가온다.

총회 내에는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정서가 많다. 9월 제100회 총회 전까지 총신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지도자들이 다시 한 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