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플레 보고서 발표…“저물가 현상 장기화”

입력 2015-07-30 17:51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저인플레이션 원인으로 구조적 요인을 꼽고 나섰다. 32개월째 벗어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선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은 30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저성장, 인구고령화, 글로벌화 등 대내외 여건의 변화 속에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저인플레이션이 일시적 공급충격의 영향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도 기인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무역개방도가 높아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은은 주로 물가상승률 둔화의 원인을 주로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설명해왔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물가 상승이 억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측면에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 등으로 내수회복세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향후 물가 전망에서도 저유가 지속과 더불어 경기회복세 둔화로 GDP갭(실질GDP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공급과 수요 모든 쪽에서 하방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저물가를 공급 측면에서만 설명하기 어렵게 되자 수요와 구조적 측면까지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요인으로 공공요금도 지적하고 나섰다. 물가동향팀 최강욱 과장은 별도의 분석 자료를 통해 “정부가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요금 상승률을 억제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과 기대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제적 원칙에 따라 요금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저물가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가안정목표제 도입국의 제도 현황 및 시사점’을 쓴 물가연구팀 박영환 과장은 “대부분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국가에서 물가목표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하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제가 가장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은은 2.5~3.5%로 물가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 올해 상반기엔 0.5%에 그쳤다. 이에 물가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수준목표제와 명목GDP목표제가 경기부양에 효과적이란 이론적 강점이 있지만 운영체제 상 커뮤니케이션에 우려가 있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지 않을 경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일축했다.

한은은 현재 2016~2018년에 적용될 중기 물가안정목표 설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새로운 물가안정치, 상하진폭(밴드)뿐 아니라 목표 재설정 주기, 물가목표 제시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