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4개월 교환학생에 547만원, 영국 10대 연수기

입력 2015-07-30 17:00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영국에서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여행이나 해외 교환학생, 봉사활동 등을 하며 보내는 이른바 갭 이어(gap year)는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기다. 영국 브리스톨대 진학을 앞둔 알레산드로 포드(18)는 이 갭 이어를 북한에서 보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갭 이어 기간을 보낸 포드의 체험담을 소개했다. 포드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여러 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는 글린 포드 전 유럽연합 의원의 아들이다. 그는 15살 때 북한에서 2주간의 여름 휴가를 보낸 것을 계기로 북한행을 결심했다. 그는 4개월간 머물며 학비와 기숙사비, 식대 등으로 3000파운드(547만원)을 지불했다.

그에 따르면 김일성대 재학생 중에는 외교관이나 고위층의 자제로 해외 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랩퍼 에미넘의 노래를 듣고 북한 친구들은 “왜 그는 자기 자신이나, 섹스, 마약에 대해서만 랩을 하는 것이냐”며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음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포드는 “내가 보기에 북한 사람들이 더 청교도적이었다”며 “내가 어울린 20∼25세의 친구들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모두 성경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머무는 동안 그는 어디를 가든 감시당했고, 북한의 주체사상이 미국 제국주의보다 얼마나 우월한지에 대해 수시간씩 토론해야 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북한 사람들과 어울려 롤로스케이트를 타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취미 생활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다른 이들에게 북한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많은 학생들이 북한에 다녀오면 북한의 개방을 도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