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 공식회의에선 두 가지 주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국가정보원 민간인 해킹 의혹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관련 의혹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노동개혁을 완수해 내년 4월 총선은 ‘개혁 정당’을 내걸고 치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국정원 해명은 ‘꼬리 자르기’로, 여당발(發) 노동개혁은 ‘밀어붙이기’로 규정하며 강력한 반격전에 나설 태세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국정원 해킹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기술간담회를 열기로 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동그라미를 보면서 동그라미가 아니라고 자기 최면을 걸거나 세모나 네모라고 우기는 일은 정말 곤란하다”고 했다. 야당이 사실을 왜곡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실체 없는 뜬구름 같은 의혹 제기로 사이버 정보활동의 방어막을 허무는 안보 자해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 이철우 의원도 “(야당이 요구하는) 로그파일은 공개 안 하고 정보 분석 자료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방어막을 쳤다. 이런 대야 강경 분위기는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현안보고 이후 뚜렷해졌다.
대신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갈 길은 먼데 시간이 없는 새누리당은 노사정위원회를 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정기국회 내에 개혁을 마무리하려면 노사정위가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의원은 “별도 기구를 구성해 여야가 참여하는 순간 다른 법안들이 연계되면서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연일 두 사안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두 가지 이슈를 최소한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9월까지 끌고 가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개혁을 추진할 사회적대타협기구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논의 대상도 노동개혁 뿐 아니라 경제 정책 전반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때의 경험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노동개혁 과제별로 맞춤형 전략을 짤 것”고 했다. 이어 “8월 말까지 시간을 갖고 천천히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
국정원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주최한 토론회에선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 카카오톡 감청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킹팀을 처음 폭로했던 캐나다 비영리 연구팀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 연구원은 영상회의를 통해 “해킹팀 직원이 한국에서 국정원 측과 면담을 했는데, 국정원은 카카오톡 감청 기능을 더해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이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의 휴대전화 실시간 감청 기능에도 관심을 가진 걸로 보인다”며 “통신사를 이용한 감청 가능성을 문의하는 내용도 있던 걸로 안다”고 증언했다.
권지혜 문동성 기자 jhk@kmib.co.kr
국정원 해킹, 노동개혁 현안두고 與는 속도전 野는 장기전
입력 2015-07-30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