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죽도 인근 ‘상펄어장’의 해상 경계선을 두고 5년 넘게 이어진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의 분쟁에서 헌법재판소가 ‘솔로몬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30일 홍성군이 태안군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두 지자체가 해역을 나눠 관할하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상펄어장 바깥 바다의 두 지점을 연결한 선(線)의 남동쪽은 홍성군, 북서쪽은 태안군이 관리하게 됐다.
갈등은 상펄어장에 있는 죽도의 관할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과거 죽도는 서산군 안면읍 소속이었다. 1989년 서산군에서 태안군이 분리되면서 홍성군 관할로 넘어갔다. 그러나 태안군은 분리 후에도 그간 해오던 대로 주민들에게 상펄어장의 어업면허를 내줬다. 홍성군은 “죽도가 홍성군 관할로 변경됐으니 그 일대 해역도 우리 관할”이라며 2010년 5월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
그러나 지자체의 해상경계 설정에 대한 법령이 없어 헌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지난 3월 상펄어장 일대를 찾아 현장검증을 하기도 했다. 결국 국가간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에 쓰이는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지자체 간 해상경계 설정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등거리 중간선 원칙은 양측 해안선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을 연결한 중간선을 분기점으로 한다. 이 원칙이 지자체의 해상경계 설정에 쓰이기는 처음이다.
헌재는 “지자체 관할구역에 경계가 없는 부분이 있어선 안 되는 만큼 공평하게 해상경계선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두 지자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홍성군은 “일정 면적이 태안군에 넘어간 건 유감이지만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고, 태안군은 “헌재가 법률적 근거도 없이 공유수면에 경계선을 그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서해 죽도 인근 어장 둘러싼 홍성-태안 다툼…헌재 ‘권한쟁의’ 선고
입력 2015-07-30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