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대 상습도박 상장업체 대표 구속… “빚 안 갚으면 매장시키겠다” 협박에 쩔쩔

입력 2015-07-30 16:52

“내일 모레까지 도박 빚을 안 갚으면 회사에 찾아가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

코스닥 상장업체 I사 대표 오모(54)씨는 지난 4월부터 이런 협박에 시달렸다. 오씨는 앞서 지난해 6월 원정도박 브로커 문모씨와 폭력조직 영산포파 전모씨 등의 소개로 해외 원정도박에 나섰다. 캄보디아 카지노에서 한번에 7000만원까지 배팅하는 바카라 도박을 했다. 60억여원의 칩을 외상으로 빌렸는데 대부분 날렸다.

문씨 등은 오씨에게 ‘필리핀에서 다시 도박을 해 빚을 갚으라’고 꼬드겼다. 오씨는 지난 1월 필리핀 호텔 VIP룸에서 30억원대 바카라 도박을 했다. 필리핀 페소화 단위인 카지노 칩을 홍콩달러로 계산하는 일명 ‘홍콩달러게임’을 벌였다. 판돈이 6배로 뛰었는데 한번에 1억2000만원까지 배팅할 수 있었다. 1회 배팅한도가 3000만원 정도인 강원랜드에 비해 많게는 4배에 달하는 고액 배팅이 이뤄진 것이다. 문씨 등은 오씨가 2010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도박을 즐긴다는 걸 알고 접근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오씨를 9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광주송정리파 소개로 마카오에서 12억원대 도박을 한 중견기업인 정모(48)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동남아 카지노에서 VIP룸을 빌려 기업인들을 끌어들인 조폭 등 11명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