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집단 자위권 법안을 홍보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지만 이를 패러디하며 정권을 비판하는 영상이 더 인기를 끌며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있다.
자민당은 법안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알려줘! 수염대장’을 만들어 이달 2일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은 ‘아카리 짱’이란 여성이 지하철에서 만난 ‘수염대장’에게 “일본은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거에요?”와 같은 법안에 대한 질문을 하면 수염대장이 자민당의 입장을 담아 해설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수염대장은 실제로 자위대 장교 출신이자 콧수염을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사토 마사히사 의원(참의원)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영상이 올라온 지 일주일 뒤 유튜브에는 ‘수염대장에게 가르쳐줬다’는 제목의 새 영상이 올라왔다. 자민당 영상을 가공해 만든 이 영상에는 아키라 짱의 대사 부분에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이 여성은 수염대장의 해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쏟아냈다.
가령 수염대장이 “(법안은) 일본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야”라고 역설하자 여성은 “테러는 전쟁에 참가하기 때문에 당하는 것인데, 너희는 전쟁에 참가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잖아. 네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니?”라며 거침없이 반박했다. 또 법안에 대한 위헌 논란을 언급하며 “진짜 큰일이야, 이 시대에 입헌주의를 부정하다니. 독재국가 같아”라고 꼬집었다.
30일 오후 이 영상의 조회수는 81만6000여회로 당초 자민당이 올린 홍보 영상(45만3300여회)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고노 담화를 발표한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전날 나고야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축소·왜곡하려는 집권 자민당에 대해 “왜 ‘죄송합니다’라고 못 하냐”며 거침없이 질타했다. 고노 전 장관은 “군 위안부가 된 여성은 대체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감언 등에 속아서 끌려 왔다”며 “위안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넓은 의미의 강제성이 있었음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든지 ‘대단한 일이 아니다’는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일본의 긍지는 점점 깎이고 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집단자위권 패러디 영상 인기 폭발…고노 "왜 죄송하다고 말을 못하냐" 일갈
입력 2015-07-30 16:21 수정 2015-07-30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