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PAC 대 J 스트리트 각축

입력 2015-07-30 16:18
지난 14일 타결된 이란 핵 협정에 대한 미 의회 승인 여부가 미국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친(親) 이스라엘 압력단체가 치열한 찬·반 로비전을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소속 수백명의 활동가들은 28~29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을 방문, 의원들을 만나 이란 핵 협정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이들의 의회 방문은 존 케리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의 하원 외교위, 상원 군사위 청문회 출석에 맞춘 것이다.

AIPAC은 회원이 10만명에 이르는 미국 내 최대 친이스라엘 로비단체다. 매년 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연례 총회에는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물론 미 의회 지도부,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다. 의회에 대한 AIPAC의 막강한 영향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미 의회 로비의 왕’이라고 부를 정도다.

보수적 성향의 AIPAC은 이란 핵 협정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란이 핵 무기를 보유하는 길을 열어줬다며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반대 로비를 하고 있다. 이란 핵 협정 부결을 주장하는 TV 광고를 40개주에서 방송하기 위해 30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핵 협정 찬성 로비를 펴는 친이스라엘 단체가 ‘J 스트리트’이다. ‘유대인'을 뜻하는 영문 ‘Jew'의 머리글자 J를 땄다. 2008년 설립된 ‘신생’ 단체로 AIPAC이 골리앗이라면 다윗에 비견될 만하다. J 스트리트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하는 등 진보적 성향을 보여 왔다.

J 스트리트도 AIPAC 모금액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250만 달러를 모금해 이란 핵 협정 찬성 광고를 내고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풀뿌리 모임 등을 통해 협정 지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AIPAC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따라서 두 단체의 각축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J 스트리트는 자신들이 진보 성향이 강한 미국 유대인 다수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3년 퓨리서치센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대인 3명 중 2명이 자신을 민주당원이거나 친 민주당으로 여긴다.

J 스트리트의 수석 로비스트 딜런 윌리엄스는 “AIPAC은 네오콘(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신보수주의자)과 손잡은 유대인 일부 노년층 엘리트일 뿐”이라면서 “현 추세라면 협정안이 의회에서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의회 전문지 힐에 따르면 의회 표결을 앞두고 다음달 40여명의 공화·민주 의원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에 드는 비용은 AIPAC이 부담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협정을 무효화하는 어떤 의회 결의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미 공화당 등 협정 반대파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