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인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가 성별 정정 사건을 다루면서 성전환자에게 지침에도 없는 성기 사진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을 통해 ‘2013년 남부지법 등록부정정 보정명령서’를 입수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보정명령서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바꾸려고 서울남부지법에 등록부정정 허가 신청을 냈다.
당시 서울남부지법원장이던 이 후보자는 그해 9월 A씨에게 “여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췄음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2장 이상을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서를 보냈다.
성전환자는 성전환 증명 서류를 첨부해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조사와 심문을 통해 등록부정정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법원 내부 지침에도 근거가 없는 성기 사진을 요구했다. 대법원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 처리 지침’에는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전문 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 등을 제출하라고 돼 있을 뿐, 성기 사진은 필수 소명자료가 아니다. 성전환 사실은 의사의 진단서 등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가인권위도 2007년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사람의 병역신체검사 중 군의관이 육안으로 외부 성기를 확인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진단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큰 수치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법원장인 자신의 명의로 보정명령서를 보낸 것은 맞지만, 통상적으로 법원 사무관이 일을 맡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성기 사진 요구는) 당연히 잘못된 것이고, 당시 담당 사무관한테도 잘못됐다고 얘기해 그 뒤로 그런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소신을 가지고 보정명령서를 보낸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이성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성전환자에 성기 사진 요구…인권이 뭔지는 아시죠?
입력 2015-07-30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