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반격이 시작됐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왕자의 난’이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신격호(93) 총괄회장을 앞세운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당사자 중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은 ‘쿠데타’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었다”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장남의 쿠데타와 차남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의 진압이 1라운드였다면, 이제 후계 다툼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대결이라는 2라운드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모두 주총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는 신동빈 회장을 쫓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다”며 “내가 억지로 아버지를 일본으로 모셔온 것이 아니며,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 회장이 중국사업 등 한국롯데 실적을 아버지께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지난 18일 (아버지께서) 신 회장에 대해 일본롯데그룹 직책 해임을 지시했다”며 “그러나 신 회장이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사퇴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무시당했다고 화를 냈고 ‘내가 직접 가서 명령하겠다’고 일본을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지분 33%를 갖고 있고, 나는 2% 정도 갖고 있지만 종업원 주식(약 32%)을 합치면 3분의 2가 된다”며 “신 회장의 의결권은 롯데홀딩스도, 광윤사도 나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은 일본롯데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경영 성과에 대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중국사업 등의 보고 누락 부분에 대해서도 “총괄회장은 매번 계열사로부터 사업실적을 보고 받아왔다. 보고가 누락되거나 거짓 보고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해임을 직접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 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측은 “차후에 개최될 임시 주총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정관규정에 없는 명예회장직을 신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의 측근은 “신 회장이 이미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다. 임시 주총이 열리더라도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장남의 반격…롯데 ‘왕자의 난’ 2라운드 돌입
입력 2015-07-30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