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치매 치료에도 도움 된다

입력 2015-07-30 13:19
한설희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건국대병원 한설희 교수, 멜라토닌이 치매 치료에 효과적 입증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알츠하이머병과 자폐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학교병원은 신경과 한설희(사진) 교수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멜라토닌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멜라토닌이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효과를 발휘해 수면 부족으로 떨어진 면역기능과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수면 시간은 개인차가 크지만 대게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문제는 수면 부족 상태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인지기능과 면역력이 감소하면서 감염병과 당뇨, 암 등 질병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

한 교수팀은 이를 방지하는데 멜라토닌이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면부족 상태인 쥐들(SD)과, 수면부족 상태에서 멜라토닌을 투여한 쥐그룹(SD MEL), 정상 상태에서 멜라토닌을 투여한 쥐그룹(MEL), 스트레스를 조절한 쥐그룹 (Stress CON), 정상 대조군(CON)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눠 비교 관찰했다.

우선 다섯 그룹을 낮과 밤이 정반대로 바뀐 환경에서 4주간 지내게 한 뒤 SD 그룹과 SD MEL 그룹, Stress CON 그룹을 대상으로 96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세 그룹의 쥐들은 주변이 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화분을 뒤집어 높은 섬 같은 곳에서 지내게 했다. 쥐들이 렘(REM)수면에 빠지면 순간 중심을 잃고 물속에 빠지게 해 수면 부족 상태를 유발했다. 단 SD MEL 그룹은 실험과 함께 일주일 간 매일 아침 9시 멜라닌을 투여하고, Stress CON 그룹은 스트레스 요소를 줄이기 위해 다른 두 그룹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지내게 했다.

이 후 이들 다섯 그룹을 대상으로 인지 능력을 알아보는 ‘모리스의 수중 미로실험’을 진행했다. 둥근 수조에 물을 반쯤 채운 뒤 수조 한 쪽에 수면에서 2㎝ 정도 잠긴 섬을 만든다. 이 후 쥐를 수조에 넣고 헤엄쳐 섬을 찾게 하는 실험인데 물을 뿌옇게 만들어 쥐들이 섬을 쉽게 찾을 수 없게 했다. 이 실험은 5일간 5회 진행됐는데, 정상 대조군(CON)그룹에 비해 수면 부족 상태에 있는 쥐 그룹(SD)이 섬을 찾는 데까지 걸린 탐색시간과 탐색 중 오류, 경로의 길이, 수영 속도 등 모든 분야에서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마의 염증세포 반응을 비롯해 산화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4-하리드록시노네나’(4-HNEl)와 ‘7,8-디하이드로-8-옥소 디옥시구아노신‘(8-oxo-dG)의 수치도 증가했다. 반면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막는 FMRP 단백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 스트레스가 체내 지속적으로 쌓이면 세포 손상되면서 면역 체계가 약화돼 암 등의 질병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노화가 촉진된다.

하지만 수면 부족 상태에서 멜라닌을 투여받은 그룹(SD MEL)은 초반 실험에서 정상 대조군(CON)그룹보다 실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섬을 찾는 등 인지능력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산화스트레스를 나타내는 4-HNE와 8-oxo-dG수치를 비롯해 FMRP 단백질도 모두 정상치와 유사하게 회복됐다.

한 교수는 “수면 결핍은 뇌세포에 산화 스트레스성 염증 반응을 유도하며 신경세포에 FMRP 표현을 감소시킨다“며 “이는 수면 결핍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치매나 자폐와 같은 신경질환 발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8월호에 게재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