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외교를 위해 방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거침없는 외교 화법’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공개 압박’을 한 것이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속 시원한 발언’도 이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세련된 외교화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할 사안에 되레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대표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국무부에서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대일 고강도 압박’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러셀 차관보에게 “아베 총리가 이번 8·15 (종전 70주년) 기념사에서 역사 왜곡을 하지 말라고 미국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 “한국과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가 커지고 있으나 이는 한국과 미국의 굳건한 동맹에 기초한 교류”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전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며 “미국은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드로윌슨센터 연설에서도 “한·미 관계는 전면적인 관계이고, 한·중 관계는 분야별 일부의 관계”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직설 화법은 치밀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실리를 좇아야 하는 ‘외교전’에서 나오기 어려운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김 대표는 미국 인사들로부터 우호적인 언급을 받아내지 못했다. 러셀 차관보는 사실상 대일 압박을 요구한 김 대표에게 “한국에는 미국이라는 친구와 자유시장을 가진 일본이 있다. 한국의 지위는 ‘글로벌 이슈’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또 우드로윌슨센터 연설에서 이란핵 협상과 같은 ‘창의적인 대안’을 북핵 협상 과정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의외로 ‘신중한 답변’만 돌아왔다. 러셀 차관보는 김 대표에게 “이란(핵) 협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지금까지는 종이 위의 협상이었는데 완전하게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 북한과의 어려움도 실행에 관계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과도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던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금 더 분명한 언급을 해야 하는데 아쉽다”는 답을 듣는 성과도 있었다. ‘친한파’로 꼽히는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으로부터 “일본은 사과를 해야 한다”는 말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당 외교’를 자청한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선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이란핵 협상 문제로 미 의회에 붙들려 있는 바람에 그와의 회동을 갖지 못했다. 또 막판까지 의견을 조율하던 존 베이너 미국 하원 의장과의 면담도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속 시원하지만 거칠다… 미국 간 김무성 화법 우려
입력 2015-07-30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