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클럽서 미군끼리 칼부림

입력 2015-07-29 21:00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클럽에서 칼을 휘둘러 다른 미군을 다치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등 상해)로 주한미군 H 이병(19)을 불구속 입건하고 미군 헌병대에 넘겼다고 29일 밝혔다. H 이병은 지난 18일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클럽에서 날 길이 9㎝, 전체 길이 21㎝인 접이식 주머니칼로 B 일병(20)의 오른쪽 옆구리를 벤 혐의를 받고 있다. 칼은 H 이병이 갖고 있던 것이었다.

B 일병은 칼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 웅성거리자 H 이병 일행은 클럽 밖으로 달아났다. 클럽 사장의 112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B 일병은 미8군 병원으로 옮겨져 세 바늘을 꿰맸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경찰은 클럽 내부 CCTV 15대 중 1대의 녹화 영상에서 사건 당시 장면을 확보했다. H 이병이 다가가자 B 일병이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카메라에 찍힌 가해자 얼굴을 미 헌병대에 보여주고 지난 24일 H 이병을 용의자로 확정했다. H 이병은 29일 오후 경찰에 출석해 약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B 일병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H 이병은 클럽에서 함께 춤추던 동료 미군 중 한 명이 어떤 흑인 남성에게 주먹으로 얻어맞는 것을 보고 칼을 빼들었다고 한다. B 일병을 그 흑인의 일행으로 오해했다. 이들은 같은 용산기지에서 근무하지만 소속이 달라 서로 알아보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상당히 취한 상태이기도 했다.

H 이병이 칼을 소지하고 외출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이 부대 밖으로는 칼을 들고 나오면 안 되는 걸로 안다. 미군 측 관리가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