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에 아버지가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어요. 건설회사에 다니셨는데 생전에 아침저녁으로 매일 2시간씩 기도를 하셨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새벽기도를 빠지신 적이 없어요. 정말 기도를 많이 쌓으셨는데, 그 기도가 자손에 그 밑의 자손에 이르기까지 복을 주신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기도 때문에 그 복을 제가 받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 끼 많은 아이는 커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게 됐다. 부모님이 내려주신 믿음의 전통대로 주일마다 부모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을 믿었다. 김수현은 무명의 단역배우, 무명의 연극배우에서 이제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YTN 기상캐스터 김수현(33)이다.
“어머니의 꿈이 연기자였어요. 할머니가 반대하셔서 못 했는데, 그 끼가 저한테 내려온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꿈을 저도 키우고 있었어요. 중학교 때 잠깐 배우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아카데미에 등록해서 연기를 배웠습니다.”
드라마 ‘단적비연수’에도 아역으로 캐스팅됐지만 내부적인 현장의 문제로 인해서 촬영에 들어가지 못 했다. 이후 영화 ‘파이란’을 통해 그가 연기자로 정식 데뷔를 하게 된다. 극중 오락실에서 최민식에게 머리를 대차게 맞는 장면이다.
“머리를 맞는 신이었어요. 최민식 선배님에게 머리를 많이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극중에서 강재가 양아치인 것을 더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오락실 장면이 처음보다 더 늘어났어요. 그때는 어떻게 해야 카메라에 얼굴이 잘 나오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맞고만 있었어요. 송해성 감독님이 최민식 선배님 나갈 때 뭐라도 하라고 해서 포커스 아웃 됐을 때 손가락 욕을 날리기도 했습니다.(웃음)”
이후 EBS 청소년 드라마 ‘학교이야기’를 비롯해서 여러 CF에 얼굴을 비추었던 아역배우 김수현은 상명대 영화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영화학과에 입학했던 김수현은 대학에 가서는 연극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 극단 노릇바치(순 우리말 ‘배우’)에서 활약하며 연극 ‘뛰는놈 위에 나는놈’ 등에 출연했다.
“대학에서도 졸업하고도 계속 연극에 미쳐 있었어요. 무대가 너무 재미있고 함께 하는 작업이 즐거웠습니다. 연극하면서 연출도 하고 극본도 쓰고 여러 일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연극배우도 쉽지 않은 길이었죠. 그럼 어차피 힘든 거면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해보자고 싶었고 2009년부터 영화 밑바닥부터 다시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충무로 단역배우의 삶을 시작하면서 그 동안 마음에서 멀어졌던 하나님을 다시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 곤고한 마음과 상황 속에서 2009년부터 다시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3개월 작정 기도를 하다가 조금 쉬었다가 다시 8개월 새벽기도를 하고 그랬어요. 2009년도에는 기도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이 사실 내가 뭔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난 별 볼 일 없는 배우인데 어느 날 닭살 돋게 행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하나님이 나를 알고, 내가 하나님과 가까이 있다는 게 진정한 평안이라는 것을요.”
당시 김수현은 새벽기도를 계속 하면서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됐다. 몇 년 동안 단역을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던 김수현은 회사도 있었지만 연기자의 길이 잘 풀리지 않은 시간들이 길어졌다. 당시 김수현은 ‘하나님, 제가 연기자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기적의 오디션’ 올라가게 해주시고 아니면 빨리 접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몇 년간 대학에서도 대학로에서도 연극을 하면서 그리고 영화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많은 영화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마지막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근데 ‘기적의 오디션’에서는 예선전에서 바로 떨어졌어요. 새벽기도도 계속 하고 있었는데, 그날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과를 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고 기도를 했어요. ‘하나님, 난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예비한 길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20대 내내 연기에만 미쳐 있었던 김수현은 ‘기적의 오디션’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충격에 빠졌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연기자의 길을 그만두라고 권유하셨다. 기도하며 조용히 지냈던 김수현의 눈을 사로잡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MBC ‘신입사원’이었다.
“연기도 좋아했지만 MC를 보고 진행하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가 신입사원 프로를 보게 됐었고 나도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면, 거기서 또 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게 됐어요. 동료들도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응원해주었어요. 다 연기자의 길을 가는데, 뭐든 배우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이죠.”
서른 살 다소 늦은 나이에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종합반으로 등록하고 2달 반의 과정을 마치고 그는 덜컥 2011년 11월 YTN 기상캐스터로 합격했다.
“아나운서 종합반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단역배우 생활도 계속 하고 새벽기도도 계속 했어요. 제가 직장인도 아니니까 시간이 많으니 하나님께 시간을 드리고 싶었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를 했었어요. 새벽에 기도 갔다가 운동하고 그리고 수업 듣고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그런 중에 YTN에 합격했어요.”
2011년부터 현재까지 YTN에서 기상캐스터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틈틈이 연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작은 역할이라도 시간과 스케줄이 맞으면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김수현은 최근에는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 잠깐 출연했다. 하지원의 친구들과 4대4로 미팅하는 자리에 상대 남자로 출연한 것이다.
“하지원씨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는 장면이었어요. 오랜만에 현장에 나갔는데 정말 너무 즐거웠고 ‘살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 옆에 이진욱씨, 건너편에 하지원씨가 계셨는데요. 하지원씨는 정말 디테일하게 연기를 너무 잘 하시더라고요. 그날 많이 배웠어요.”
연기자의 꿈도 놓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주어진 일도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하고 있는 김수현 기상캐스터. 그는 영화 ‘신이 보낸 사람’ 김진무 감독의 제안으로 연예인 합창단인 ‘ACTS29’에 최근 합류했다. ACTS29는 배우(Actor) 코미디언(Comedian) 탤런트(Talent) 가수(Singer)의 앞글자이다. 김원희 박미선 김지선 우희진 노사연 이무송 표인봉 등이 활동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정해진 출퇴근 시간과 바쁜 일정 때문에 하나님을 향한 중심을 살짝 놓치고 있었어요. 하나님만 붙들고 살 것처럼 그랬는데 어느새 안정된 직장과 환경을 주시니, 그 안에서 잘 하고 싶어서 일에 매진하고 있더라고요. 김진무 감독이 그런 저에게 연예인 연합예배도 같이 가자고 해주고 ATCS29도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김수현은 오는 12월에 열리는 ATCS29 콘서트의 준비를 시작했다.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달란트를 받은 아티스트들이 그들이 부여 받은 가창력과 연기력과 엔터터테이너적인 재능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고 이 땅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는 모임이다.
김수현에게 지금의 기도제목을 물었다. “하나님과 멀어지지 않는 것이 죽을 때까지의 기도제목이지 않을까요. 배우의 욕심, 그리고 더 이루고 싶은 세상적인 욕심은 하나님이 제가 준비가 되고 때가 되면 주실 것 같아요. 지금은 조바심 내지 않고 주님과 가깝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돌아가신 아버지 쉼 없는 새벽기도” 단역배우에서 기상캐스터로…스타인헤븐
입력 2015-07-3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