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장·차남 간 경영권 다툼이 표면화되면서 향후 그룹의 핵심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연간 투자액으로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후 인천국제공항면세점 등에서 ‘통큰 베팅’을 해온 롯데 입장에선 경영권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 계획 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이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하이마트, GS리테일 백화점·대형마트 등 본업인 유통 부문 외에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해왔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룹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시작해 내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만 해도 KT렌탈을 인수하는 데 1조2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더 뉴욕 팰리스호텔을 8억500만 달러(약 9500억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지난 2월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8개 권역에 6조원이 넘는 베팅을 해 입찰 참여 기업 중 가장 많은 4개 권역의 사업권을 가져갔다. 또 세계 6위 면세사업자인 WDF 인수를 위해 4조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것은 2009년 발표한 ‘비전 2018’과 무관치 않다. 그가 그룹의 전략과 신사업을 책임지는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있을 때 나온 비전 2018은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 달성,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을 목표로 제시했다. 실제 비전 2018 선포 직전 해인 2008년 그룹 매출은 43조원이었지만 2013년에는 83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경영권 다툼이라는 돌발 변수가 불거지면서 향후 그룹의 사업 추진 일정이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 등 핵심 계열사 보유 지분이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향후 경영권 다툼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분명하지 않고, 신 이사장이 두 형제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신 회장이 강조해온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통합 작업인 ‘옴니 채널’ 구축, M&A, 국내외 신규 사업 추진 등 핵심 사업의 의사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이후 그룹 경영권의 무게중심이 신 회장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사업 역시 탄력을 받았지만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한·일 롯데그룹을 총괄 경영하면서 제과업과 면세업 등에서 상호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구상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롯데그룹 측은 그간 그룹의 승계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돼온 만큼 경영권이 흔들려 사업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승계와 관련한 의사 결정은 다 정리가 된 상태라고 들었다. 정리가 힘든 상황이면 28일 이사회가 열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롯데 ‘통큰 베팅’에 제동 걸릴까… 경영권 다툼 돌발 변수 ‘우려’
입력 2015-07-29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