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먹는데 간에 기름이 꼈다면 심장병 생길 위험 더 높다

입력 2015-07-29 14:33
비알코올성지방간 유병률 자료.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제공

술을 즐기지 않는데도 복부비만 등으로 비(非)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을 앓은 사람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정고은(사진) 교수와 순환기내과 최수연 교수가 건강검진 수검자들을 대상으로 비알콜성 지방간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비알콜성 지방간이 심할수록 동맥경직도 수치가 증가해 심혈관계 질환 발병위험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메디신(Medicine)’ 인터넷 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정상 간의 경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인데,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란 유의한 수준의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의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을 말한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20~30%에 달할 정도로 흔하며 서구뿐만 아니라 국내(유병률 16~33%)에서도 비만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사회보건학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별표 참조)

비알코올 지방간은 가벼운 경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일부에서 지방간염이 발생하고 이는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 보일 뿐 아니라, 무증상인 경우부터 피로감과 전신 권태감, 또는 오른쪽 상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및 정도가 다양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정 교수팀은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 내 지방침착의 정도를 확인하고, 동맥경화를 정량하여 측정하는 방법인 CAVI(Cardioankle Vacular Index)를 통해 동맥경직도 수치를 측정하여 둘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을 보이는 경우, 42%가 높은 동맥경직도 수치를 보였다. 동맥경직도는 또한 비알코올 지방간의 정도가 심할수록 비례해서 더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로 꼽히는 허리둘레, 흡연력, 당뇨, 고혈압 유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을 빼고 계산을 해봤을 때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비알코올 지방간도 일반 간질환자들 못지않게 식이 조절 및 체중 감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복부 비만이다. 즉 비만이나 과체중이 있는 경우 자기 체중의 5%의 체중감량을 할 경우 대부분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호전된다. 이를 위해 기름진 음식을 삼가야 한다. 국내서는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도 문제가 된다. 특히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케이크, 과자 등 단순당의 과다 섭취가 지방간의 발병을 증가시키므로 이를 줄이는데 신경 써야 한다.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1주일에 3번, 한번에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실시하고 근육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