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손세정제·마스크 쓰고 영양제 먹고… 메르스 남긴 흔적

입력 2015-07-28 22:46

직장인 전모(32·여)씨는 지난 주말 집 근처 대형할인점에 들러 휴대용 손세정제를 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생긴 습관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세정제만 4통을 썼다. 항상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손을 닦는다. 버스든 사무실이든 곳곳에 세정제가 비치돼 있지만 많은 사람의 손을 탔을 것 같아서 매번 자기 것을 구입한다.

다음 달 첫째 주에 마카오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손모(32)씨 부부는 인터넷으로 감염병 정보를 검색했다. 홍콩과 가깝기 때문에 홍콩독감 관련 정보를 더 챙겼다. 비상약과 함께 이젠 여행 필수품이 된 개인 마스크도 넉넉히 챙겼다.

직장인 고모(26·여)씨는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관리뿐 아니라 예전에는 챙겨먹지 않던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 고씨는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할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영양제를 먹고 있다”고 했다.

손세정제, 마스크, 영양제 등은 메르스가 남긴 흔적이다. 정부는 28일 사실상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일상생활에선 여전히 메르스의 그늘이 짙다. 더 이상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감이 자리 잡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예방의 일상화를 강조한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메르스 이후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인식 재고가 이뤄진 것 같다”며 “기침할 때 손수건이나 옷소매 등으로 입을 가리는 등 쉬우면서도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 방법의 생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인플루엔자, 폐렴, 소아 관련 백신을 제때 맞는 게 중요하다”며 “손 씻기, 적절한 운동·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좋은 습관을 들여 일상적인 건강을 평소에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메르스 종식선언이 결코 끝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나서서 감염병 관리·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감염병을 막을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이 손을 안 씻어서 메르스에 걸린 것은 아니다”며 “감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이 감염병 확산의 거점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팀 위원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감염병 대응 체계를 확실히 정비해야 한다”며 “감염병에 대한 정보 공유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황인호 김판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