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일상 복귀를 권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두 달 넘게 끌어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메르스와의 전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부 완치자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후유증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와 유가족 상당수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5번 환자 호전…일부 완치자 폐섬유증=현재 치료 중인 환자 12명 중 ‘메르스 의사’로 알려진 35번(38)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이날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그는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서 에크모(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치료 등을 받아왔다. 병세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다 이달 초 3차례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최근에는 폐를 제외한 신체 기능이 정상에 가까울 만큼 회복됐다. 삼성서울병원에 돌아가 폐 재활치료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 중인 1번(68) 환자 역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고 일반 병상으로 옮겨 회복 중이다. 의료원 측은 환자 상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한 감염병 전문의는 “1번 환자의 경우 기관절개(목에 구멍을 뚫어 호흡을 돕는 것) 상태로 마무리 치료를 끝내야 퇴원이 가능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완치돼 퇴원한 138명 중 3명은 폐섬유증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폐섬유증은 한번 생기면 나아지지 않는다. 더 악화되지 않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지속적 관찰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완치자·유가족 20% “심각한 후유증”=보건복지부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 심민영(국립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단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완치자와 유족의 20%가 여전히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지금까지 총 90명의 유가족과 118명의 완치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해왔다. 유족은 평균 5회, 완치자는 4회씩 상담했다. 현재 유족 13명, 완치자 20명을 상담·치료 중이다.
유가족들은 “더 빨리 치료했어야 했다”거나 “괜히 감염이 일어난 병원으로 데려가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며 후회하는 마음이 컸다고 심 단장은 전했다. 완치자는 “앞으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란 걱정을 하거나 “운이 없다”고 자책하는 등 불안감이 짙었다.
심 단장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비난받는 분위기에서 병을 앓은 환자들은 심리치료에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슈퍼전파자’(14번·15번·16번 등)들과는 퇴원 후 상담을 이어가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심 단장은 “이들은 너무 많은 주변의 관심과 눈총을 받아온 터라 의료진에도 불신의 벽을 쌓고 있었다”며 “전염에 대한 공포가 컸고 더운 날씨에 몸이 조금만 뜨거워져도 또 감염된 건 아닌지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사후 환자 관리강화…8월 중 종합방역대책 발표=보건당국은 퇴원환자의 후유증을 평가해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사후관리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폐섬유증 등 후유증 치료와 장례비 지원은 사례판정위원회(가칭) 심의를 거쳐 이뤄지도록 했다. 병원 내 감염 방지를 위해 폐렴 환자의 선제적 격리 조치는 유지키로 했다. 국민안심병원의 응급실 선별 진료소는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8월 중에 더 구체화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김미나 기자 twmin@kmib.co.kr
환자 유가족 ‘트라우마’… 메르스와의 전쟁은 진행형
입력 2015-07-28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