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끝난 ‘롯데 쿠데타’… 창업주 신격호 전격 해임

입력 2015-07-28 16:26 수정 2015-07-28 16:37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를 놓고 벌어진 ‘형제의 난’으로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사실상의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퇴진했고, 롯데그룹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쿠데타’는 신 총괄회장이 전날인 27일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그의 일본행은 한국 롯데그룹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94세의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태인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 일행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이를 놓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반란’을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고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이 정상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28일 오전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 총괄회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신동주 전부회장은 지난 1월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해임됐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것이 아니라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의결사항 관련 롯데 입장>



금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의결사항에 대한 그룹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님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본 사안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결사항이며, 한국의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하여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