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18일 지린성을 방문한 데 이어 27일 랴오닝성 선양을 전격 방문했다. 9일 만에 북한과 가까운 동북 3성을 잇따라 방문한 것이다. 같은 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정전협정 62주년을 기념해 북한 내에 조성된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 묘지에 화환을 보냈다. 냉랭했던 북·중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선양의 한 외교소식통은 28일 “시 주석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날 선양을 방문해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선양에서 동북 지역의 옛 공업기지 진흥을 강조하고, 랴오닝성이 추진 중인 대외개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선양 방문은 2013년 8월 28∼31일에 이어 1년 11개월 만이다. 당시 항공모함 랴오닝호 승선, 군부대 시찰 등의 일정이 포함됐다. 시 주석의 선양 방문은 낙후된 동북 지역 경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일차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지린성 일대를 둘러본 지 9일 만에 다시 선양을 방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이 지역과 접경한 북한에 대해 최근의 불편한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지린성 방문 당시 북한·중국·러시아 3국 간 경제협력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온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 사업에 큰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시 주석은 옌볜박물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창지투는) 국경지역을 개방해 동북아 국제협력을 확대하는 데에 있어서, 그리고 동북지역 등의 옛 공업기지를 진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좀 더 분명하게 중국에 화해의 손짓을 내밀고 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정전협정 체결일(전승절)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두 차례나 경의를 나타냈다. 이어 시 주석이 선양을 방문하던 날 김 제1비서는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냈다.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마오쩌둥의 아들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사망한 마오안잉도 이곳에 묻혀 있다. 김 제1비서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에 헌화한 것은 201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그는 이 곳을 직접 찾았다.
중국 언론들도 김 제1비서 최근 일정을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중국에 관계 정상화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고위급 접촉 없이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강준구 기자 khmaeng@kmib.co.kr
북중의 미묘한 변화
입력 2015-07-28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