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월급을 모두 아내에게 주고 10여만원의 용돈으로 생활한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이은애)는 30대 남성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월급 200만원을 아내에게 주고 용돈으로 매달 10만~20만원을 받았다. B씨는 가정주부로 있으면서 월급 관리 등 경제권을 모두 행사했다. A씨는 용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휴일에 건설 현장 노동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어느날 A씨는 폭설로 근무지에 비상이 걸리는 바람에 다음날에서야 집에 들어갔다. B씨는 “몸이 아픈 나를 혼자 뒀다”며 친정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았고, A씨 부부는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문제는 B씨가 가지고 있던 경제권이었다. A씨는 병원에 가려고 B씨에게 병원비 1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B씨는 돈을 보내지 않은 채 A씨를 찾아왔고, 화가 난 A씨는 B씨를 만나지 않은 채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혼인 기간 동안 아내가 자신의 계좌에서 1억원 넘게 사용했다’며 위자료도 함께 청구했다. 1심은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씨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이 인정 된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기간 별거하면서 서로 만나지 않는 점, 원고의 이혼의사가 확고하고 피고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점 등을 보면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청구한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A씨와 그 가족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배려가 부족했다. A씨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지급한 생활비에 대해서는 “생활비는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수시로 소비하는 것이 예정된 명목의 돈”이라며 “A씨가 준 생활비를 B씨가 결혼 생활 파탄 당시에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B씨가 보관하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 2800만원만 돌려주라”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용돈 10만원 아내 vs 문자 이혼통보 남편… 법원 “혼인관계 파탄 인정, 이혼해라”
입력 2015-07-27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