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경기 출전 위업을 세운 김병지는 전설이기 이전에 대인배였다. 자신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낸 유명 BJ에게 유머로 화답해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병지와 유명 게임 BJ 감스트 사연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퍼나르며 지난 주말 일어난 해프닝을 두고 즐거워했다.
사건은 지난 25일 아프리카 유명 게임 BJ 감스트가 김병지를 향해 욕설을 하며 화를 내는 영상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전설 카드를 개봉하는데 몸값이 비싼 선수들이 나오지 않고 김병지가 연속 4번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감스트가 욕설을 하며 나뒹구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영상을 김병지가 보고 말았다.
김병지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는 “나는 웃으면서 봤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내 아들도 봤을텐데 어떻게 할 거냐”면서 “용서받을 방법은 딱 하나, 나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자신에게 심한 욕설을 한 감스트에게 김병지의 팬이 돼 달라는 유머를 날린 것이다. 그러면서 감스트에게 갈 피해를 우려해 “미워하는 거 사절”이라며 팬들에게 당부했다.
김병지의 너그러운 용서에 감스트는 즉시 사과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실제로 형님 팬입니다. 형님 카드를 본계정에서 사용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감스트는 김병지의 페이스북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다시 한번 무릎 꿇고 사과했다.
비난을 비난으로 대응하지 않고, 웃음기 넘치는 질책에 즉시 사과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환호했다. “진짜가 나타났다” “역시 대인배”라며 김병지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했다.
이 해프닝은 김병지의 700경기 출전 기자회견서도 회자됐다. 그는 “처음엔 욱했지만 즐겁게 표현하고 소통한 덕분에 평생 지지자를 하나 얻었다. 아주 유쾌했다”고 밝혔다.
현재 김병지 페이스북에는 6800회가 넘는 좋아요와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주말을 뜨겁게 달군 ‘4병지 사건’은 축구팬들에게 큰 웃음을 주며 ‘소통’이라는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4병지 사건’ 욕설을 웃음으로 화답… 팬심 사로잡은 김병지
입력 2015-07-27 13:18 수정 2015-07-27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