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복구 결과 누가 믿냐”…내국인 사찰 없다는 국정원에 ‘불신’

입력 2015-07-27 07:16

국가정보원이 해킹 사건의 핵심인물인 임모(45)과장이 생전에 삭제했던 파일을 국정원이 복구해 분석한 결과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불신을 넘어 황당해 하고 있다. “피의자가 셀프 수사로 내린 판단을 누가 믿냐”며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냐”고 격분한 네티즌도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은 27일 오후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예정된 현안보고에서 삭제 파일을 복구한 결과를 보고할 것”이라며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정원이 처음으로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내국인, 즉 우리 국민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들었다”며 “이는 문제 될 사안이 아니라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정원이 정보위에 보고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공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네티즌들은 “국정원 직원이 삭제하고 국적원에서 복구해 분석한 결과 내국인 사찰이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없다”며 불신을 넘어 황당해했다.

“피의자가 셀프 수사하는 재미있는 나라” “내가 실수로 사람 찔러 죽였는데 자체 조사해보니 살인은 아니었다는 주장과 다른 게 뭔가”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에게 로그파일을 넘겨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문제 될게 없는데 왜 공개는 안 한다고 하는 건지”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탈리아 해킹팀을 통해 RCS 프로그램을 구입·운용 해 온 임과장은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야산에 세워진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조수석에서는 유서 3장이 놓여 있었다. 이중 2장은 가족과 부모님에게 보내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나머지 한 장에는 해킹 관련 언급이 들어 있었다.

임 과장은 이 유서에 “내국인에 대한 선거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또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며 “판단 부족이 저지른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임 과장의 유서가 공개되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유서 같지 않다”며 의심했고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 시장의 의견에 공감했다.

의혹들이 증폭되자 국정원은 해당 파일을 복구해 내국인 사찰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국정원 자체 복구와 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의혹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보위는 27일 이병호 국정원장과 1·2·3차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출석한 가운데 임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파일의 복구·분석 결과에 대해 비공개로 보고받을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