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친일 인사의 선정비(善政碑)를 철거하거나 단죄비(斷罪碑)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시는 “최근 광주공원에서 발견된 친일 인사들의 선정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시민단체·학계 전문가의 협의를 거쳐 이를 철거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광주공원 등의 다른 비석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광주공원에서는 이달 들어 친일인사 윤웅렬과 이근호의 선정비가 잇따라 발견됐다.
정부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수록된 윤웅렬과 이근호의 선정비는 두 사람이 한말 전남 관찰사(현재 도지사) 재직시절 선정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건립됐다.
선정비는 다른 곳에 세워졌다가 1957년 공원 입구로 옮겨졌으며 1965년에 현재 위치인 광주공원 동쪽 언덕에 비석을 모으면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공원 내 향교 옆 사적비 군에는 윤웅렬과 이근호 선정비 외에도 선정을 베푼 관리들을 기리는 28개의 비석이 함께 세워져 있다. 한일병합 후 일제로부터 공직과 남작 작위를 받아 친일 인명사전에 오른 윤웅렬과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인 이근호의 선정비는 최근 문제제기로 철거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선정비를 철거만 할 경우 친일 인사들의 부끄러운 행적을 오히려 감춰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그들의 친일행각을 담은 별도의 비석을 단죄비 형식으로 선정비 옆에 세우는 방안도 신중히 추진 중이다.
조선 말기 무신인 윤웅렬(1840~1911)은 한일합병 직후인 1910년 10월 조선귀족령에 따라 남작 작위를 받고, 같은 해 12월 보관하던 국채보상금을 조선총독부(경무총감부)에 건네 이듬해 은사공채를 받은 친일인사다.
이근호(1861~1923)는 본인을 포함해 세 형제가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대표적인 친일 집안이다. 은사공채는 물론 1911년 2월 총독 관저에서 열린 작기본서봉수식(爵記本書奉授式)에 예복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광주시 노원기 공원녹지과장은 “친일인사 선정비 발견을 계기로 도심 공원 내에 있는 다른 비석에 대해서 일제조사를 할 것”이라며 “친일행위가 증명된 인사들의 비석이 추가로 나오면 철거하거나 단죄비를 별도 설치해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광주시 친일인사 선정비 철거하거나 단죄비 별도 건립하기로
입력 2015-07-26 17:19